닛산의 스포츠카의 역사는 앞에서 살펴본 페어레이디가
1969년부터 시작됐으니 44년 정도 된 셈이다.
그런데 사실 과거 닛산에는 스포티한 모델이 없었다.
닛산은 1966년에 일본의 다른 군소 자동차
메이커였던 「프린스 자동차(Prince Motor Company)」를
합병하면서 「프린스」의 대표적인 차량이었던 「스카이라인(Skyline)」과
「글로리아(Gloria)」를 닛산의 이름으로 판매하게 된다.
1969 년형 프린스 스카이라인
프린스의 차량들은 대체로 스포티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 중에 세단과 쿠페, 웨건으로 나오고 있었던 스카이라인은 닛산으로 합병된 뒤에도
스포티한 차량으로써 계속해서 인기를 얻었다.
튜닝 한 차량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본의 드래그 레이스에서 스카이라인 쿠페는 절대 강자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닛산은 스카이라인 쿠페의 고성능 모델을 GT-R 이라는 버전으로 등장시켰고,
이 차는 닛산의 고성능 차량의 대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불황과
닛산의 경영난 등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스카이라인은 단종된다.
발매 당시 일본 젊은이들에게 우상과도 같았던 1980 년형 스카이라인 GT-R 쿠페
1990 년형 스카이라인 GT-R
1990 년형 스카이라인의 둥근 테일 램프
오늘날에는 페어레이디(370Z)와 GTR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모델로 자리잡았지만,
닛산과 프린스 두 메이커의 합병 초기에는,
닛산과 프린스의 스포티한 차량들이 겹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닛산이 르노와 합병된 이후 새로운 경영자로 영입된 카를로스 곤은 닛산의 전통을 잇는
모델을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마침내 스카이라인은 「GTR」 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닛산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GTR이 닛산의 외부에서 영입된 경영자가 애착을 가지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를로스 곤은 신형 GTR을 개발하면서 디자이너들에게
스카이라인의 둥근 모양의 테일 램프를 꼭 되살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사실 원형 테일 램프는 스포츠카들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페라리에서도
쓰고 있는 것이지만,
1990년대의 스카이라인의 원형 테일 램프는
페라리의 것과는 좀 다른, 나름의 독특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2008 년에 부활한 GTR
기계같은 느낌의 GTR의 원형 테일 램프와 C-필러 부분이 꺾인 디자인의 차체 디테일
그리고 새로운 GTR에 탑재되는 엔진은 정교하게 제작되는 F1 레이싱 머신의 엔진을
제작하는 조건과 동일한 클린룸에서 제작된다고 한다.
이처럼 GTR의 엔진 자체도 깨끗한 조건에서 만들어질 뿐 아니라, 실제 GTR의
후드를 열어보면 엔진룸이 무척이나 깨끗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교한 기계와도 같은 인상의 GTR의엔진룸
투 톤으로 만들어진 GTR의 실내
2014 년형 GTR 블랙 에디션
GTR의 차체 디자인을 보면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수직으로 길게 선 듯한 이미지의 헤드램프와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 이미지의 라디에이터 그릴,
앞 펜더에 만들어진 공기 배출구, 그리고 C 필러의 가운데 부분을
미묘하게 접어놓은 듯 에지를 세워놓은 형태 등등의 차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마치 날을 세워서 마치 정교한 기계 부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 처리들은 사실 상당히 미묘한 조형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것은 전통적으로 정교한 일본의 공예품과도 같은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아무래도 이런 건 일본의 조형 의식과 연관이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 감성이 GTR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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