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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미니의 역사

by 알엔피싱 2004. 2. 1.

 

알렉 이시고니스와 오스틴 세븐


 미니(Mini)의 역사는 세계 최고의 소형차 개발을 목표로 1957년 BMC(British Motor Corporation)

회장 레오나드 로드(Leonard Lord)가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에게

당시 모리스 마이너(Morris Minor)를 바탕으로 ‘미니어처’와 같이 작은 크기의 차량을 개발해

달라고 제안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스틴 세븐의 발표


그리고 1956년말 알렉 이시고니스는 '작은 차체,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라는

컨셉트로 대중 승용차 설계를 시작하여 앞바퀴 굴림방식 채용, 가로배치 직렬엔진 탑재 등

당시의 신기술과 새로운 개념을 도입, 1959년 8월 26일 미니를 처음 출시했다.

발표 당시 이름은‘오스틴 세븐(Austin Seven)’과 ‘모리스 마이너(Morris Minor)’로

똑같은 차가 이름만 다르게 선보이다가 1969년 미니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독립하였다.


이시고니스는 연비가 좋고 가능한 한 부피가 작으면서 최대 한의 실내 공간을

지닌 소형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1959년 출시 당시 미니가 일으킨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며, 그 시기의 덩치 큰

보통의 승용차들을 기준으로 볼 때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 주요 내용을 모아보면 이렇다.


미니의 차체 단면


첫째로 이 차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불과 3,050mm밖에 되지 않는 크기는

네 명의 어른과 짐 실을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의 경승용차가

3.6미터인데 이보다 더 작았던 것이다.


둘째로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으로 4개의 휠 모두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탑재했다.


셋째로 그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인 전륜 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넷째로 MINI 에 적용된 휠은 당시 패밀리 카에 사용되는 크기의 3분의 2에 불과한 10인치 휠을 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휠 이었던 티코와 프라이드가 12인치 휠 이었지만,

미니는 그보다 더 작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 국산 경승용차는 15인치 휠을 끼우기도 한다.


다섯째로 엔진을 차의 앞부분에 가로 방향으로 탑재했다.

사실 이것은 오늘날의 전륜구동 방식의 승용차들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구조이다.

역사상 미니가 그 방식의 시초였던 것이다. 가로탑재방식은 엔진 룸을 줄여서 작은 차체에서

사람이 타는 공간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일곱째로 엔진과 기어박스를 묶어서 단일 구조로 만들었다.

이것 역시 오늘날의 전륜 구동방식 승용차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패션 디자이너 매리 콴트가 장식한 자신의 미니


이와 같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사람들은 이 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소형차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소형차의 혁명을 몰고 온 미니는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쳤고, 패션 디자이너

메리 콴트(Mary Quant)는 MINI 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 스커트를 만들기도 했으며, 자신의 미니를

구입해 직접 차체 색을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


- Mark 1: 1959~1967

- Mark 2: 1967~1970

- Mark 3: 1970~1975

- Mark 4: 1976~1983

- Mark 5: 1984~1989

- Mark 6: 1990~1995

- Mark 7: 1996~2000

클래식 미니의 모델 변경



클래식 미니 Mark 7

 


클래식 미니는 개발될 당시에 ADO15(Austin Drawing Office project nimber 15)라는

코드명으로 이름 붙여져 설계된다.

그리고 1959년에 등장한 초기 모델부터 2000년까지 생산되는 동안 Mark I에서

Mark VII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곱 번의 모델 변경이 있었지만, 거의 동일한 형태가 유지된다.

2000년 9월에 538만 여대를 생산한 후 클래식 미니는 역사 속의 자동차가 된다.


클래식 미니와 1세대 뉴 미니의 크기 비교



이후 독일의 BMW 그룹은 영국의 로버(Rover)에서 인수한 브랜드 MINI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전륜구동방식의 차체로 설계해서 2001년 전세계 시장에 선보인다.

새로운 미니는 클래식 미니보다 커진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실내 거주성을 중시하는 개념은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미니가 가진 원형 헤드램프와 마치 모자를 쓴 듯이 떠 있는 모양의 지붕 디자인 역시

미니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남겨둔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사다리꼴 형태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니 고유의 표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2000년형 1세대 뉴 미니와 클래식 미니



2007년에 발표된 2세대 뉴 미니


그리고 2007년에는 2세대의 뉴 미니가 등장하는데, 사실 거의 바뀐 부분을 찾기가 힘들다.

클래식 미니가 그랬듯이 바뀌지 않은 듯하면서도 바뀐 것이다.

두 모델을 따로따로 보면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함께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우선 헤드램프가 좀 더 원형에 가깝게 바뀌었고, 앞 유리창의 와이퍼가 후드 아래 쪽으로 들어간

세미 콘실드(semi-concealed)방식으로 바뀌어서 차체 디자인이 좀 더 깔끔해 보인다.

그리고 앞 범퍼의 디테일도 조금 달라졌다.



2012년에 발표된 미니 클럽맨 Hyde Park


자동차 디자인의 진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는

혁신(革新; innovation)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이전의 것에서 지킬 것은 지키면서 더욱 더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이고 진화의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미니를 보면서 해 본다.

 

 

뉴 미니의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3 세대 뉴 미니 쿠퍼

 

사실 2007년엔가 등장했던 뉴 미니의 뉴 모델인 2세대 모델은 1세대 뉴 미니와 헷갈리기도 했는데,

그래서 필자는 다른 건 제쳐두고 와이퍼만 보고 구분을 했었다.

 

1 세대 뉴 미니(좌)와 2 세대 뉴 미니의 와이퍼(우)

 

1세대 뉴 미니는 와이퍼의 피벗(pivot)이 카울 패널에 노출된 디자인이었지만,

2세대 뉴 미니는 세미 콘실드 타입(semi concealed type)으로 바뀌면서

후드 디자인이 좀 더 깔끔해졌었기 때문이다.

 

2세대는 그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부품들이 1세대에서 바뀌었었지만,

사실 1 대 1로 놓고 비교해 보기 전에는 어느 부분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1959년에 처음 등장했던 클래식 미니 모델에서부터 오늘날의 3세대 뉴 미니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모델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클래식 미니와 3 대에 걸친 뉴 미니들의 모습

 

사실 하나의 차종에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세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잘 세워진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해 나간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바꾸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니가 아이덴티티를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모습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서 시대가 변해도 가치를 지켜나가는 ‘클래식’의 대접을 받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의 미니를 보면, 우리의 차량 중에도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나가려는

시도를 하려는 차량을 발견하게 된다.

개성 있는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마치 뉴 미니가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면서 변화와 발전을 했듯이,

우리의 어느 모델도 그런 모습을 보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뭘 바꾼 거냐’, 혹은 ‘그게 그거’ 라는 식으로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마음인 걸까?

 

 3 세대 미니는 자못 공격적인 인상이다

 

 3 세대 뉴 미니는 모든 디테일들이 더 커졌다

 

 3 세대의 실내도 전체적으로는 1, 2 세대 뉴 미니와 비슷한 인상이지만 모두 바뀌었다.

 

3 세대 뉴 미니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금 강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3세대 뉴 미니의 디자인은 실내/외 구석구석 살펴보면 비록 전체적인 인상은 ‘그대로’ 이지만 모두 바꾸었다.

특히 벨트라인이 높아져서 유리창이 좁아져서 성숙한(?) 느낌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그다지 헷갈리지 않고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렇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제는 더 이상 ‘예쁜’ 모습이 아닌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뉴 비틀이 여성 전용 차라는 인식이 부담스러워서 신형 모델이 나오면서 남성성을 더했듯이,

미니 역시 그런 맥락에서 귀여움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추구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LED 가 사용된 DRL이 들어간 커다란 헤드램프와 큼직한 그릴로

이루어진 앞모습을 보면, 이제 더 이상 미니멀 한 가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벨트 라인이 높아져서 유리창이 좁아져 성숙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차체가 2세대 뉴 미니보다도 더 커져서 자동차답고 강력해진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미니는 미니멀 한 특성과 감성을 가졌을 때 가장 미니다울 진대,

이제는 성장(?)해버린 3세대 뉴 미니의 모습을 보면, ‘미니’ 라는 이름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잘 만들어졌지만….